어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기분 좋게 마시다 보니 평소 주량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는 깨질 것 같고, 속은 울렁거리고, 목은 타들어 가는 전형적인 숙취 증상이 찾아왔습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내가 다시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시나 봐라' 하는 부질없는 후회를 또 한 번 했습니다.
예전에는 숙취가 심할 때 무작정 짬뽕이나 매운 라면 같은 얼큰한 국물로 해장을 하곤 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걸 먹으면 왠지 알코올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먹고 나면 오후 내내 속이 쓰리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하루를 완전히 날리게 되더군요. 몇 번 그런 호된 경험을 겪고 나서는 해장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제가 여러 번 겪어보며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실제로 도움을 받았던 음식과 행동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챙긴 것
눈을 뜨자마자 냉장고로 가서 미지근한 물을 한 컵 천천히 마셨습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갈증이 심하다고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면, 가뜩이나 예민해진 위장이 놀라서 헛구역질이 올라오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수기 물을 미지근하게 맞춰서 한 모금씩 천천히 넘겼습니다.
그리고 바로 꿀물을 탔습니다. 예전에는 꿀물 해장이 그저 어른들의 습관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마셔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술을 분해하느라 몸속 혈당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어지러움과 두통을 달래는 데 확실히 편안했습니다. 너무 뜨거운 물에 꿀을 타면 영양소가 파괴된다고 해서, 그냥 마시기 좋은 따뜻한 물 한 컵에 꿀을 밥숟가락으로 크게 한 스푼 정도 풀어서 마셨습니다. 단맛이 들어가니 머리가 띵했던 느낌이 한결 누그러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꿀이 없다면 편의점에서 파는 갈아 만든 배 음료나 포도 주스 같은 과일 음료도 비슷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속을 편안하게 달래준 점심 식사
속이 메스껍다고 점심까지 굶으면 오후에 위산이 올라와서 더 힘들어집니다.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맑은 국물 위주로 챙겨 먹는 편입니다.
오늘 제가 끓여 먹은 건 콩나물 북어국이었습니다. 냄비에 황태채 한 줌을 물에 살짝 헹궈서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콩나물을 넉넉히 넣어 끓였습니다. 간은 소금과 국간장으로 맑게 맞췄습니다. 콩나물 꼬리에 든 아스파라긴산이나 북어의 아미노산 성분이 간의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영양학적인 이유를 떠나서 그냥 국물을 한 숟갈 떠먹었을 때 위벽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 듭니다. 속이 부대낄 때는 밥을 말아 먹기보다는 먼저 따뜻한 국물을 천천히 들이켜고, 건더기를 조금씩 씹어 먹는 게 위에 부담이 덜했습니다.
만약 요리하기 힘들 정도로 힘든 날에는 편의점에서 계란죽을 사 먹거나, 달걀을 서너 개 풀어서 물을 넉넉히 넣고 부드러운 달걀국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달걀에 든 시스테인 성분이 숙취 물질 분해에 쓰인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도 자극이 없어 헛구역질을 가라앉히는 데 꽤 괜찮았습니다. 토마토 주스도 냉장고에 있으면 꼭 한 잔씩 챙겨 마십니다.
숙취를 줄이기 위해 몸을 움직인 방식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어떤 행동을 하느냐도 회복 속도에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가벼운 샤워와 실내 환기였습니다.
술 마신 다음 날 땀을 빼겠다고 사우나에 가거나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건 저도 예전에 해봤다가 빈혈이 오고 탈수가 더 심해져서 크게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알코올 분해로 몸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땀까지 무리하게 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신 저는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만 해서 땀과 술 냄새를 씻어내고, 방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습니다. 체내에 신선한 산소가 들어오고 바깥 공기를 쐬니 멍했던 머리가 훨씬 빠르게 맑아졌습니다.
두 번째는 무작정 종일 누워만 있지 않은 것입니다
. 속이 울렁거릴 때 계속 웅크리고 누워 있으면 위산이 역류해서 속이 더 쓰립니다. 꿀물과 국물을 챙겨 먹은 뒤에는 소파에 상체를 약간 세우고 앉아 쉬거나, 집 앞 골목길을 10분 정도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격한 운동은 당연히 무리지만, 느릿느릿 걷는 정도의 가벼운 산책은 혈액순환을 도와서 알코올 대사를 조금 더 원활하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낮잠의 시간이었습니다.
숙취가 심할 때 낮에 서너 시간씩 깊게 자버리면 그날 밤에 잠을 설치고 다음 날 출근길까지 피로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알람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맞춰두고 짧게 눈만 붙였습니다. 잠깐의 휴식만으로도 뇌의 피로가 덜어지는 데 충분했습니다.
이런 방법은 오히려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커피로 해장하려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졸리고 멍하니까 습관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했는데, 카페인의 이뇨 작용 때문에 몸속 수분이 더 빠져나가서 나중에 두통이 더 심해졌습니다. 위가 약한 분들은 빈속에 커피를 마시면 위경련이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두통이 너무 심하다고 해서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를 덜컥 삼키는 것은 위험합니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이 성분이 들어가면 간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아프다면 약을 바로 찾기보다는 물과 이온음료를 번갈아 마시며 쉬어보고, 정 힘들다면 약국에 가서 술 마신 상황을 이야기하고 간에 무리가 덜 가는 약을 상담받아 복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결국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며 느낀 점은, 숙취를 한순간에 마법처럼 없애주는 비법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극적인 짬뽕이나 무리한 사우나로 몸을 다그치는 대신, 미지근한 물과 당분을 천천히 공급해주고, 맑은 국물로 위를 달래며 쉬어주는 것이 가장 정직하고 빠른 회복 방법이었습니다. 만약 지금 숙취로 고생하고 계신다면, 우선 찬물 대신 미지근한 물 한 잔부터 천천히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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